2009년 03월 26일
[매거진 esc] 오염물질 찌들었던 뉴칼레도니아, 군인 대신 파타야 채운 북유럽 남성…알고 가면 다르게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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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학 교과서 나올 정도로 중병 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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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명 사학자 주강현 교수는 “근대 이후 태평양 휴양지는 ‘만들어진 역사’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통시적인 시간의 흐름을 복개하고 그 위에 정지된 시간의 테마파크를 세운 게 휴양지다. 휴양지에선 의도적으로 역사성이 탈각된다.
여행자들은 뉴칼레도니아가 환경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20세기 초 지독한 토양오염으로 몸살을 앓은 사실은 알지 못한다. 뉴칼레도니아는 세계적인 니켈 수출국이다. 2007년 수출액 21억달러 중 96%가 니켈이다. 프랑스는 1853년 뉴칼레도니아를 식민지로 삼고 니켈을 캤다. 하지만 니켈광은 전형적인 노천광이라서, 지형의 인위적인 변화로 홍수가 잦아져 원주민 농부 카낙인(Kanaks)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 유럽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 프랑스는 제련소도 세웠는데, 섬은 매연과 역한 기체로 가득했다. 1930년에는 황을 머금은 매연이 교회 천장에 구멍을 낼 정도였다. 최근에는 니켈광 기업 ‘고로’가 하바나 해협 산호초 바다에 폐기물 파이프라인을 매설하려다가 원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지난해 2월 공사가 중지됐다.
뉴칼레도니아는 독립 문제로 논란을 벌이고 있다. 국민투표를 거쳐 독립하는 일정이 합의됐지만, 독립을 원하는 원주민 카낙인의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프랑스의 지속적인 이주 정책 때문이다. 1980년대 대규모 시위 이후 사회주의 계열의 정당과 재야단체의 독립운동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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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반 하와이에 당도한 미국 선교사들이 훌라춤을 터부시하면서, 훌라는 존폐 위기를 겪었다. 결국 하와이 왕국의 카후마누 여왕이 1824년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공식석상에서 금지됐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하와이가 군 휴양지로 개발되면서부터 춤은 부활했다. 하지만 제의적 의미는 사라지고 접대용 훌라로 각색됐다.
태평양 휴양지는 대부분 ‘미군 휴양지’의 잔해물이다. 타이 파타야에선 왜 성매매 여성들이 바에서 남자를 기다리고, 여장남자의 쇼가 유행하는가? 아시아 근대사를 반추하며 여행기를 쓰는 소설가 유재현씨는 이를 “미군 아르앤아르(R&R) 문화의 잔재”라고 말한다. 아르앤아르(rest and relaxation)는 참전 일 년 동안 단 한 번 주어지는 후방에서의 일주일 휴가다. 군인들은 휴양 타운에서 전쟁 공포를 자극적으로 해소했다. 한국전쟁 때는 일본의 도쿄, 오키나와가 휴양 타운이었고, 베트남전쟁 때는 베트남 남부 차이나비치·붕타우·사이공 등이 그런 구실을 했다. 베트남전이 장기전으로 치닫자 미국은 타이 방콕을 대규모 휴양 기지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폭격기가 출격하는 우타파오 공군기지와 방콕 사이의 초라한 어촌이던 파타야도 그때 휴양 타운으로 변모한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매년 미군 70만명은 방콕에서 도시를 즐기고 파타야에서 해변을 즐겼다. 두 도시에 홍등가가 형성됐고, 군인용 쇼가 성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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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과 파타야의 군사 성매매 인프라는, 전후 관광 성매매 인프라로 바뀐다. 그리고 같은 양식의 여가 문화는 푸껫과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휴양지로 확산된다. 지금도 당시 흔적을 ‘에스코트 서비스’(바에서 만난 여성이 리조트에서 며칠 동안 놀아주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유재현씨는 “휴양지 성매매의 주요 고객은 미군에서 북유럽 남성으로 이동했고, 1970년대 이후엔 일본을 거쳐 한국의 섹스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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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를 벗어나 지역 박물관으로
근대 휴양지는 식민지에서 출발했다. 여행자는 제국의 국민이었고, 수발드는 사람은 식민지 주민이었다. 일부 리조트에서는 귀족적인 버틀러(집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객실마다 배치된 전담 집사가 하인처럼 수발을 드는 것이다. 원주민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끼어들기 일쑤다. 한 뉴칼레도니아 여행 안내서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원주민들이 불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은 정말 새로웠어요.” 반대편에선 원주민들이 천상의 사람들일 거라는 고정관념도 제시한다. “뉴칼레도니아 사람들은 겸손하고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므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휴양지의 양지에선 식민주의적 시선이, 음지에선 군사적 성문화가 존재한다. 호텔과 해변, 쇼핑몰과 유흥가만 왕복하면 ‘만들어진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 교수는 “대자본이 제공하는 테마파크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지역 박물관이다. 패키지 코스에는 대개 포함되지 않으므로,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 공정여행단체 이매진피스의 이혜영 활동가는 “자신의 마을이 휴양지로 개발되어 집을 잃은 사람들은 벨보이, 메이드, 웨이터가 되곤 한다”며 “내가 편안히 쉬는 이곳이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고향이었음을 기억하고 현지인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참고 <적도의 침묵>(주강현 지음, 김영사 펴냄)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유재현 지음, 그린비 펴냄) <20세기 환경의 역사>(J.R.맥닐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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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3/26 11:16 | 본능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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