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초콜릿

아프리카 서쪽 연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라 가운데 코트디부아르가 있다. 대서양을 바라보고 펼쳐진 이 나라의 500㎞ 해안 모래는 유난히 희고 곱다. 식민지 시절 유럽으로 실려 나가는 상아가 해안을 가득 메웠고, 그 약탈의 흔적이 모래로 남았다. 나라 이름은 프랑스어로 ‘상아 해안’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다.

이 나라 항구엔 이제 카카오와 커피가 쌓여 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의 세계 1위 생산국이다. 세계 카카오의 40%가 이 나라에서 나온다. 카카오나무는 줄기에서 바로 꽃을 내는 특이한 성질 때문에 나무 몸통을 따라 참외만한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다. 껍질을 벗기면 안에 석류처럼 30~40개의 작은 씨들이 뭉쳐 있다. 그 씨를 볶아 가루로 만든 뒤, 설탕·우유·향료를 넣어 가열해 굳힌 것이 초콜릿이다. 가루에서 지방을 뽑아내면 코코아가 된다.

카카오나무는 ‘신의 음식’이란 고상한 학명과는 달리 아이들의 고통을 먹고 자란다. 2006년 국제앰네스티 조사를 보면, 서아프리카 지역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25만명에 이른다. 인신매매도 흔하다. “매매꾼들은 주변국을 돌며 아이들을 사서 카카오 농장에 판다. 아이를 내주고 부모가 받는 돈은 15달러다.”(2007년,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아이들은 몸을 비벼 나무를 타고, 손도끼로 열매를 쪼개고, 물을 길어다 농약을 친다. 하루 두 끼로 12시간을 일하고, 나무 침상에서 다른 아이들과 뒤엉켜 잠을 잔다.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 이후 사실상 내전 상태다. 선거에서 진 현 대통령은 권력을 내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수백명이 죽고, 카카오 농장들은 문을 닫았다. 오도가도 못하는 아이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쓰레기를 뒤진다. 우린 그 나라의 아픔을 “초콜릿 원료 수급 빨간불”,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가격 비상”으로만 읽는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by poiu23 | 2011/01/07 11:13 | 주절주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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