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사회] 대학의 자살 / 진중권

이른바 ‘영재’ 또는 ‘수재’라 불리며 입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만 모인 곳. 그렇잖아도 경쟁이 치열하고, 그에 따라 학생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도 남달랐을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징벌적 등록금제’라는 것을 만들어 사정없이 몰아대니, 압박에 시달리던 토끼들이 고압의 스트레스를 분출하다가 그만 자기 파괴에 이른 것이리라.

물론 그 와중에도 네 명을 뺀 나머지 수천의 학생들은 아직 살아있다. 세번째 자살에도 총장이 여전히 학생들의 박약한 의지를 탓했던 것은 그 때문일 게다. 하지만 토끼가 죽었다고, 곧바로 사람들까지 죽는 것은 아니다. 토끼가 죽은 다음에도 사람들은 꽤 오랫동안 버틴다. 사회속에 산소가 부족한데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잠수함의 토끼가 죽었다면, 적어도 그 사회가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물론 이것이 서남표 총장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가 이른바 ‘개혁’이라는 것을 추진할 때 대부분의 언론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했다. 심지어 카이스트에도 총장의 개혁이 왜 문제냐고 묻는 학생들이 꽤 많다고 들었다. 총장의 정책은 이 사회에 팽배한 어떤 일반적 광기의 극단적 표현일 뿐이다. 가령 ‘징벌적 등록금제’나 ‘전 과목 영어강의’를 생각해 보자. 해괴하기 그지없는 이 몰상식이 졸지에 정책으로 집행되고, 심지어 ‘개혁’으로 칭송을 받아왔다. 그것은 이 사회에 서남표라는 ‘씨’가 뿌리내릴 비옥한 토양이 마련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게 문제다.

사실 카이스트에서 벌어진 사태는 한국의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하이라이트일 뿐이다. 대학은 이미 오래전에 시장이라는 이름의 인당수에 몸을 던져 버렸다. 그게 다 ‘신자유주의’라는 법명을 가진 벽안의 스님이 그게 아버지 조국을 구하는 길이라 귀띔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공양미 300석으로 대학은 최신형 건물을 지어 양복점을 열었다.

듣자 하니 이른바 ‘인재’를 맞춰 드리는 곳이란다. 여기서는 학생이라는 옷감에 자로 줄을 그어 불필요한 부분들은 싹둑 잘라내고 딱 고객에게 맞는 사이즈로 재단해 기업에 납품한다. 이 괴상한 양복점의 경영원칙은 그들이 신봉하는 시장경제의 상식마저 초월한다. 재단비용을 수익자인 기업이 아니라, 옷감인 학생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이게 시장의 논리에라도 제대로 맞는 짓일까? 그 잘난 자본주의 시장도 21세기는 ‘베스트’가 아니라 ‘유니크’의 시대라고 말한다. 사실 ‘베스트’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냥 100명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면, 매 시험마다 적어도 한 명의 베스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어진 ‘베스트’들 중에 ‘유니크’가 존재한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은 승자를 뽑는 그 ‘기준’에 맞춰 참가자들을 획일화한다. ‘유니크’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경쟁에 외려 장애가 된다. 나아가 과도한 경쟁은 낙오의 공포를 일으킨다.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에게선 당연히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 없다. 거리의 사람들이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일단 같이 뛰고 보라. 그게 안전하다.

대학이 이렇게 미쳐 돌아가자, 중앙대 학생들이 항의하러 크레인에 올라갔다. 중앙대는 이 학생들을 그저 몹쓸 옷감이라 여긴 모양이다. 퇴학당한 학생들이 법원에서 퇴학처분 무효 판결을 이끌어내자, 몇몇 교수들이 회의를 하여 다시 무기정학을 내린다. 심지어 학생들을 상대로 영업 방해했다고 2000만원 손해배상 소송까지 냈단다. 다들 약 먹은 모양이다.

대학은 자살했다. 바닷속에서 용왕님 만나 계열사가 되려고.

진중권 문화평론가

by poiu23 | 2011/04/12 15:15 | 주절주절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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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앨런비 at 2011/04/13 08:44
이거 참 죄송한데. 중대는 재단보다 작년 총학이 더 무개념이었어요-_-;
학교 외부에 알려진 것과 실제 사정이 무지 다릅니다.; 오죽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퇴학찬성까지 하겠슴까-_-; 총학의 무개념성은 제가 굳이 새로 쓸 필요 없이 엔하에 정리되어 있으니 긁어오죠.



-2009년에 다시 운동권인 '강한 총학생회' 가 문과대, 공대의 표가 몰리면서 당선되었다(다만 이 과정에서 밑에 서술되는 병크들이 터졌다). '강한 총학생회' 선본은 당선되자마자 일방적인 구조조정 반대, 학생들이 주관하는 새터 지키기 투쟁을 전개했으며, 이는 3월 22일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교수, 동문회, 학생들 500여명이 모여 기초학문사수 결의대회를 가진 것. 다만 이들의 '기초학문사수' 라는 주장은 딱히 대안 [23] 을 제시하지 못했고 오직 기존의 체제를 계속 유지하자는 데에만 그쳐서, 그리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재단의 압력에 의해 재단과의 합의에 실패하고 말았다.

-2010년 총학생회인 강한 총학생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학생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선거운동시 허위공약 유포(12.1% 등록금 인상이 확정되었다는 유세, 실제로는 동결되었다). [24]
- 학교커뮤니티인 중앙인에서 부총학생회장이 닉네임을 바꿔가며 타인을 비방하다가 적발됨(이후 나를 이렇게 만든 너네가 잘못이란 식의 사과문을 올려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함).
- 식권 무료 배부 행사때 구조조정 반대 서명운동을 받음(서명 안하면 식권을 못주겠다는 일을 겪은 사람들이 존재하나 자신들은 그런 적 없다고 우길 뿐).
등등, 온라인에서는 역대 최악 학생회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아무리 운동권 학생회라도 그렇지 학교 발전에 걸림돌만 되다니' 정도가 대다수의 생각.

-그와 더불어 김모씨의 교직원 폭행으로 인한 퇴학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며. 노모씨는 크레인 위에 올라가 시위를 하다가 퇴학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대학교 커뮤니티 안의 학생들의 반응은 이미 싸늘하다(CAUIN, DC중앙대 갤러리 등). 퇴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이들의 행동은 도를 넘었고, 학교의 미래를 망친다는 여론이 대세.

-김모씨는 퇴학당하기 전에 휴학생 신분으로 총학생회의 집행부로 활동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휴학생이 총학생회 집행부로 활동해어온 것은 2009년 비운동권 희망사항 학생회도 마찬가지이고, 대부분의 단과대 학생회에도 관행적으로 있어왔던 문제이다.(심지어 몇몇 단과대 학생회장놈들 역시 휴학을 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장학금은 다른 놈 명의로 받은 것을 볼 때 관행적으로 학교에서도 이를 인정해왔다.) 이것이 갑자기 김모씨 들어와서 문제가 커진 것은 아마 김모씨가 중앙대 운동권의 수장 노릇을 하기 때문 아닌가로 추측 된다.
참고로 학생회칙상 '본회의 회원은 본교 학부 재적생으로 한다. 단, 휴학생은 그 기간 중 회원의 자격이 정지된다.'라는 문구가 배치되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여태까지 대부분의 학생회가 병크를 터뜨렸다고 볼 수 있다. 총학생회는 2010년 9월 25일자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안건을 공고하였는데, '휴학생은 회원 자격 정지' 라는 문구를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음' 으로 개정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정족수 미달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끝이 났다.



-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중대갤, CAUIN)가 굉장히 시끄럽다. 하다못해 엔하위키에서도 총학 관련으로 글이 계속계속 수정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키배가 끊임없이 벌어지곤 하며 서로가 서로를 좌빨 혹은 스미스라고 불러댄다. 온라인에서는 보수(?)가 우세하며, 이념에는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이번 총학생회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25] 단적인 예로, 총학생회에서 각 대학건물의 길목 혹은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1달정도 퇴학생 복귀 및 구조조정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였으나 상당히 저조하여 빈축을 샀다. 나중에는 장난삼아 누군가가 김정일,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서명들을 채워 안습함을 더해주었다.

-과거에 김희수 재단이 경영난에 시달릴 즈음 SK측과의 스폰서 이야기가 있었다. 땅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이를 저지한 것이 당시 운동권 학생회. 이후, 거듭됐던 재정난과, 두산 결정 이후 변해 가는 학교를 보며 당시 SK를 차버린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운동권 학생회는 이 일로 더욱 설 자리를 잃었고, 전국적인 대세도 反운동권이었던지라 결국 비운동권에게 학생회장 자리가 넘어갔다. 시사인의 고재열은 '중앙대는 뉴라이트에게 점거당했다'는 식으로 흥분한 사설을 써 거센 비난을 받았다.

-두산 재단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2010년 '강한 총학생회'는 중앙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학생들의 지지를 잃은 것처럼 보인다.12

- 2011년 총학 선거에서는 두 선본이 출마하였으나 한 선본은 선관위에서 배부하는 추천서를 정해진 날짜보다 하루 늦게 받아갔다는 이유로 출마를 거부당했다.[26] 그렇게 단선으로 선거가 진행되었으나, 선거 당일 한 투표소에서 투표자의 서명을 받지 않고 투표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 때문에 연장투표가 실시되었으나 투표율 50%를 넘지 못하고 무효 처리되었다. 현재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갖춰지고 동아리연합회 회장이 총학생회 대행을 수행중. 2011년 3월에 재선거가 실시된다.
Commented by 앨런비 at 2011/04/13 08:47
..문젠 이게 다 사실이에요. 솔까말 두산 좀 개념없는 짓은 하죠. 하지만 작년 총학과 비교하면 최소한 말은 통하고 들어주는 척이나 가끔씩 들어주기라도 하고, 투자라도 많이 합니다. 근데 작년 총학은 기본적인 소통 자체가 안되었걸랑요-_-; PD계열과 과-학부 학생회들까지도 작년 총학은 답이 없다고 GG쳤던 상황이에요-_-; 중대생이라면 제가 괜한 말을 한 것이겠지만, 중대생이 아니라면 중앙대 내부 사정은 외부 보도와 완전히 다르니 그것을 좀 감안했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poiu23 at 2011/04/14 10:00
앨런비 님의 말씀 잘 보았습니다. 제 친구중 하나가 중대 출신이라 여러가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만, 저 역시 중대 출신은 아니니 님의 말씀과 같은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었겠죠.
이 또한 언론을 포함한 대외 채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일반인으로서의 사고의 범위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앨런비 님의 말씀을 듣고 또 다른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만요.
여러가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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